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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배경으로 펜싱 하는 갑희랑 명영이 보고 싶다. 어린 나이에 공작 직위를 물려받은 갑희와 그런 갑희 가문을 대대로 호위해온 기사 명영으로. 두 가문이 워낙 오래전부터 유지된 가문이다 보니 갑희와 명영 또한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의외로 어릴 때부터 상대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들이댄 건 갑희였으면. 당연히 어렸던 명영도 처음 갑희를 봤을 때부터 친해지고 싶다 이런 생각은 했었겠지만, 갑희는 단순히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단 저 아이를 온전한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겠지.
가문을 이어받아 호위하는 놈 중엔 눈에 띌 만큼 특출난 놈은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런 부분 정도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던 갑희는 어느 날 창문 너머로 명영이 검술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분명 첫날엔 형편 없다 못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목검에 맞는 명영을 보고 별생각은 안 하겠지. 그러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느는 명영의 실력과 그런 명영의 끈기를 창문 너머로 오랫동안 지켜봐 온 갑희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뒀을 거야. 저 아이만큼은 내가 먼저 가져야 한다고. 그러니 정식으로 명영과 만난 자리에서부터 갑희는 명영에게 들이댈 거야. 점점 친해진 두 사람은 저절로 혼자 있는 시간보단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테고, 그렇게 명영은 갑희가 원하던 대로 갑희의 호위가 되겠지.
시간이 흘러 공작가의 주인인 갑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죽게 되고, 갑희가 공작 직위를 물려받으면서 갑희는 전보다 늘어난 업무량에 체력의 한계를 느낄 거야. 그런 갑희의 모습에 명영은 요새 귀족들이 많이 한다는 펜싱을 알려주고 갑희는 꽤 괜찮아 보여 명영과 함께 펜싱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분명 같이 시작은 했지만 기초 체력부터 해서 원래 검을 사용하던 명영이라 그런 명영이보단 못하는 갑희 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둘이 시합하려고 하면 공작님이 다친다며 못하게 하는 쓸데없는 배려에 뭔가 자존심이 깎이겠지. 명영은 그런 갑희의 모습이 미안하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은 웃긴다는 생각도 들 거야. 워낙 어릴 때부터 빈틈 하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알레. 시합을 시작하는 구호가 울리면 먼저 칼끝을 들이미는 건 명영일 거야. 갑희는 그런 명영의 칼끝을 가볍게 피하며 둘은 규칙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대화를 하겠지. 서로 찌르고 피하고를 반복하면서도 뭔가의 자존심이 걸렸는지 둘 다 호흡을 크게 내거나 말을 쉰다든가, 그런 것 하나 없이 겉으론 평온하게 대화를 이어가겠지. 물론 그건 둘의 얼굴에 가면이 씌워져 있기에 가능한 거겠지. 서로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데 서로가 호흡부터 목소리까지 평온하게 유지하니 둘은 그저 오랜 세월 함께 한 감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어냈으면 좋겠다.
시합 시간이 어느덧 모래시계의 모래 한 줌 정도밖에 안 남을 무렵이면 둘의 점수는 그리 차이는 안 날 거야. 명영의 점수가 1점 더 높은 상태니 갑희가 1점을 따면 무승부가 되는 거고 명영이 1점을 따면 완전한 승리로 끝나겠지. 아니면 갑희가 이 짧은 틈을 타 2점을 따낸다면 갑희의 승리가 되겠지만. 명영은 모래시계의 남은 모래량과 점수판을 보곤 짧게 큰 숨을 들이켜겠지. 그리고 그 순간 갑희가 명영의 쇄골을 찌르고 1점을 따내 버렸으면. 조금 당황한 명영이 다시 자세를 바로잡으면 갑희는 명영을 향해 고개를 살짝 까딱이겠지. 진심으로 하라는 뜻으로.
명영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지금쯤 갑희에게서 1점을 따내고 이겼어야 하는 건 갑희도 알 거야. 그렇지 않게 된 건 명영이 초반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은 탓이니까. 갑희의 뜻에 명영은 고갤 끄덕인다던가 딱히 대답하는 것 대신 곧바로 자세를 잡는 것으로 대답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 줌도 안 남은 모래알이 모두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두 사람이 동시에 앞으로 상체를 숙이며 칼끝을 들이밀어라. 그리고 그 틈을 기다린 듯한 명영은 갑희에게 속삭이듯 말해줬으면.
공작님은 늘 그렇게 검지에 힘을 주다 칼끝이 왼쪽으로 휘어버리지요.
순식간에 자신의 귓가를 찌르는 듯한 명영의 말에 갑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힘이 들어간 검지에 정신을 쏠려버렸고, 명영은 그 틈을 타 갑희의 골반을 찔렀으면. 그렇게 1점을 더 따낸 명영이 이기고 시합이 종료될 거야. 갑희와 명영은 가면을 벗고 눈을 마주하겠지. 갑희와 명영은 그제야 조절해온 호흡에 숨을 크게 들이킬 거야. 갑희는 자신의 검지를 흘끗 훑어보다, 결국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명영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침대에서의 배움을 여기서 써먹는 건 조금 비겁하다곤 생각 안 하나?
갑희의 물음에 명영은 별다른 대답 없이 그저 살짝 상체를 숙여, 갑희의 손끝에 입을 맞췄으면. 그리곤 다시 고갤 들어 입꼬릴 한껏 올려 말해주길.
먼저 쇄골을 찌르신 건 공작님이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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