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익숙해져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탁한 담배 연기를 쉬이 내뱉었다. N은 옥상 난간에 기대, 저 아래를 흘끗 훑어보며 제 입술에 닿았던 담배를 떼어냈다. 다시 한번 더 숨을 길게 내뱉는다. 시린 새벽 공기가 제 피곤함에 무거워진 눈을 감쌌고, 탁한 담배 연기 사이론 익숙한 냄새가 제 코끝을 찔렀다. N은 제게 가장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냄새에 저절로 살짝 숙였던 고갤 들었다. 피비린내. 두 번밖에 머금지 못한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채, 자신이 선 옥상을 훑어본다. 두꺼운 옥상 철문이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짙은 검은 머리카락이 옅게 불어오는 바람에 흐트러졌다. 흰 손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넘겼고, 붉은 립스틱을 진득하게 바른 입술이 힘없이 벌어졌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N의 앞까지 다가왔다. 제게 뻗어오는 흰 손에 적셔진 검붉은 피가 나름 어울린다. N을 향해 뻗어진 손이 그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자연스레 가져갔다. 진득하게 발라진 립스틱이 입술과 함께 벌어졌고, 그 사이로 N의 담배가 물렸다. L는 절 어이없단 눈으로 내려다보는 N을 올려다봤다. 한껏 나른한 눈으로 웃음기를 드러내 주며. 한순간에 담배를 빼앗긴 N은 한쪽 눈썹을 느릿하게 들썩였다.
“미친년이.”
낮게 찍어 내리듯 절 부르는 말에 L는 N의 담배를 문 입술을 힘없이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긴 호흡이 흘러나왔다. 탁한 담배 연기가 N의 얼굴을 스쳐 갔다. L는 진득하게 달라붙은 제 손의 피를 바라보다, 절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내리깔아보는 N을 바라봤다. 눈가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날을 샌 것인지 아님 일이 그만큼 많았던 것인지, 눈에서부터 피곤함이 흘러넘치는 N의 부름이 L는 마음에 들었다. 긴 호흡을 한 번 더 내쉰 L는 제게만 나름 다정하게 들리는 그의 부름에, 나른하고도 능글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미친년아, 왜 불러?”
장난이 한껏 뒤섞인 대답이었다. N은 새벽부터 제 인내심을 들쑤시는 L의 행동에, 제 미간을 짧게 찌푸렸다. 절 올려다보는 저 여유로운 속내 모를 표정이 평소보다 절 긁어냈다. 제 시선의 끝이 L의 손부터 셔츠, 윗단추 두 개를 풀어헤쳐 드러난 목과 쇄골까지 진득하게 피로 적셔진 그의 몸을 훑었다. 평소라면 깔끔하게 피 하나 안 묻히고 올 그가 피를 뒤집어쓴 채 칼 하나 안 지니고 제 앞에서 담배 연기나 내뱉는다. 단숨에 N의 담배를 몇 번의 호흡만으로 반이나 핀 L가 절 은근히 훑어보는 N을 바라본다. 어느새 품에서 담뱃갑 하나를 꺼낸 N의 벌어진 입술 사이에 제 립스틱이 한껏 묻은 그의 담배를 물렸다.
딱히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피곤함에 느릿한 숨만 내뱉으며 담배나 마저 피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N은 제 입술에 물린 제 담배에, 반사적으로 L의 손목을 단숨에 쥐었다. 입술에 맞닿은 담배에선 진득하면서도 역한 립스틱 향이 제 혀까지 스며들었다. N은 눈동자를 느릿하게 굴리다, 한껏 찌푸려진 미간과 함께 L를 바라봤다. 제게 담배를 물린 그의 얼굴은 아까와 같은 나른함이 유지됐다. 가볍게 여유를 들이킨 L는 절 당장이라도 칠 것 같은 얼굴로 내려다보는 N을 올려다보며 웃음기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간접키스네?”
“이게 봐주니까 계속 기어오르네?”
간접키스는 취향이 아닌가? L는 N의 짙게 깔린 대답에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제 손목을 꽉 쥔 N의 손을 바라봤다. 그리곤 고갤 느릿하게 옆으로 기울였다. 다른 게 취향인가? N은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놓곤 절 이리저리 간 보며 속을 긁어내는 L에, 제 입술 사이에 물린 담배를 단숨에 들이켰다. 불씨가 그의 입술에 닿기 직전, N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짧아진 담배를 땅에 뱉어내듯 버렸다. 한껏 찌푸려진 미간과는 달리 올라간 한쪽 입꼬리가 이질적이다. N은 L의 능글맞은 도발에, L의 립스틱이 진득하게 묻은 자신의 입술을 벌려 물었다.
“다른 게 취향이라면 기꺼이 해주려는 건가?”
N의 물음 끝엔 어느새 L를 난간까지 밀어붙인 그가 있었다. 딱 달라붙은 두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슴, 배, 허벅지. 조금만 더 다가가면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까지 밀어붙인 N이, L의 검붉은 피로 적셔진 손을 제 어깨 위에 올렸다. 혀끝엔 담배에 묻어있던 L의 립스틱 향이 남아있었고, 코끝엔 비릿한 피 냄새와 L의 체취가 뒤섞였다. 뜨거운 숨결이 맞닿았다. 느릿한 두 호흡이 서로의 귀를 내리찍었다. L는 제 등에 닿는 차가운 난간에, 온몸에 짧은 오소소한 소름이 돋았다. 그런 L에게 소름이 가시기도 전에 절 뒤덮은 건 제겐 익숙한 향이 나는 N의 입술이었다.
제 허릴 거칠게 감싼 손과는 달리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았다. L의 입술을 짓누른 N의 입술 사이로 젖은 혀가 L의 벌어진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거칠게 짓누른 두 입술이 엇갈리며 이를 드러낸다. 치열은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딪혔고 힘으로 눌러낸 L의 고개가 저절로 턱을 치켜들며 뒤로 젖혀졌다. 피곤에 젖은 N의 눈이 L의 붉은 눈동자를 집어삼키듯, 눈을 떼지 않았다. 감지도 않았고, 그저 제게 입술을 벌리고 제 혀를 머금는 L를 눈에 담았다.
L는 절 집어삼킬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N을 흘끗, 훑어봤다. 절 끌어안은 단단한 팔이 절 거칠게 쥐었고 피곤에 젖은 눈이 낮은 호흡과 함께 절 내려다본다. L는 그런 N을 향해 한쪽 입꼬릴 짧게 올려 웃어주며, 제 치열을 훑는 N의 혀를 깨물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연한 N의 혀를 파고들었다. 비릿한 피가 고개가 한껏 젖힌 L의 혀를 타고 목구멍 너머로 흘러들어갔다. N의 품에 어중간하게 껴있던 두 팔이 N의 목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탕. L의 몸과 L의 몸을 감싼 N의 팔이 크게 난간에 부딪혔다.
N의 상체와 고개가 L를 향해 깊게 묻혔다. 크게 부딪힌 팔에 얼얼한 감각이 맴돌았고 L의 이가 물어뜯은 혀에선 여전히 피가 흘러내렸다. 씨발……. L의 립스틱과 자신의 피로 진득하게 적셔진 N의 입술 사이로 낮은 욕과 호흡이 새어나갔다. N의 낮게 읊조린 욕과 함께 L의 허리를 감싼 팔에 핏줄이 올라섰다. L는 자신에게 한 것인지 아닌 제게 한 것인지 헷갈릴 N의 욕에, 천천히 N의 머리와 목을 감싸던 손을 느슨하게 내렸다. 차가운 손끝이 N의 목덜미를 둥글게 감싸더니 벌어진 흰 셔츠 안으로 들어갔다.
L의 손가락들이 느릿하게 N의 목선을 쓸어내리고 쇄골을 매만졌다, 다시 둥글게 끌어안으며 N의 목덜미를 타고 올라 머리카락을 꽉 쥐었다. L는 N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 단숨에 그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제 치열을 훑던 N의 혀를 살짝 밀어내, N의 연한 살을 간질이듯 문지르고 피를 뚝뚝 흘리는 혀를 빨아들였다. 이를 숨기지 않고 일부러 드러낸 두 이가 서로에게 파고들수록 세게 맞닿았다. N은 벌어진 제 입술 틈으로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짧아진 제 호흡을 토해냈다.
피곤함에 억눌린 상태여서 그런가, 아님 제 혀의 피를 온전히 들이키며 파고드는 L라 그런가. N은 들썩이는 서로의 몸에 난간에 계속 부딪히는 자신의 팔을 무시하면서 호흡을 토해냈다. 그저 날 선 눈동자만을 계속 L의 짙은 적안에 고정하며. L는 제게서 단 한 번도 떼어내지 않는 N의 눈을 따라 바라보며 평소보다 더 크게 그의 몸을 제게 끌어당겼다 밀어내길 반복했다. 절 끌어안은 그의 단단한 팔에서 뼈와 쇠가 닿는 둔탁한 소리가 자신이 몸을 끌어당길수록 반복적으로 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이렇게 함에도 제게서 떨어지지 않고 오기 가득한 눈으로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N이 마음에 든 게 맞지 않을까.
L는 느릿한 제 손끝으로 N의 머리카락을 꽉 쥐다 그대로 흘러내리듯 손을 내려, N의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풀어 헤쳤다. 하나둘 풀리는 N의 셔츠와 함께, N의 가슴과 L의 가슴이 맞닿을 때마다 뒤틀리던 L의 셔츠 단추도 하나둘 뒤틀리다 풀어졌다. 뜨거운 숨결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가고 L의 붉은 립스틱은 N의 입술과 입가, 제 입가까지 질척하게 번져나갔다. L의 손이 핏줄 선 N의 목을 쓸어내리더니 그대로 N의 목에 선 핏줄을 하나하나 꾹 눌러가며 N의 찢긴 혀를 제 타액과 함께 적셨다. N은 어느새 붉게 물든 자신의 팔로 L의 등과 엉덩이를 꾹 누르며 자신의 몸을 한껏 밀어붙였다.
L는 제게 거칠게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서도 제 입술 사이에서 거친 호흡을 내뱉는 N의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 저절로 L의 윗입술을 머금게 된 N은 천천히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런 N을 보고 짧게 눈썹을 들썩이며 제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L가 N의 등을 간질이듯 쓸어내렸다.
“그렇게 좋은 거야?”
“……닥쳐. 입술 다 뜯겨나가고 싶어?”
혀 뜯긴 건 자기면서. L는 N의 대답에 웃음기 가득한 눈을 길게 휘어주며 N의 남은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N은 제 훤히 드러난 배와 맞닿은 L의 배에, 짧게 헛웃음과도 같은 것을 내뱉었다. 흥분에 가득 찬 자신이 한 대답이 완전히 L에게 말려 들어 간 것과 그것에 다른 감정보다 제게 맞닿은 L의 몸에 먼저 반응한 제 몸에, 저절로 새어 나온 헛웃음이었다. N은 자신의 거친 호흡과 이질적으로 올라선 제 한쪽 입꼬리와 함께 L를 끌어안은 팔과 손에 더 힘을 줬다.
N은 L를 끌어안은 제 붉게 물든 팔이 마치 L의 짙은 적안과도 같았기에, 그것이 조금 우스웠다. 아니, 꽤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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