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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타입 샘플 (고정플롯 타입)/키스

2차 / 나츠메 우인장 / 나토리마토바(BL) / 욕망_21.01.06

by 샤_ 2021. 1. 8.

 

 

 

 

 

제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떤 이를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몰래 숨어 떠올리다 그이가 제 눈앞에 나타났다. 누가 봐도 제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 마토바는 제 눈앞에 서서 절 내려다보는 나토리를 올려다봤다. 두 적색 눈동자의 시선이 맞닿았다. 맞닿았던 눈동자 중 먼저 시선이 거둬진 쪽은 좀 더 옅은 적색의 눈동자인 나토리였다.

 

“마토바씨.”

“네.”

“손.”

 

나토리의 말과 뻗어진 손끝을 따라 마토바의 시선이 내려갔다. 시선의 끝은 제 손바닥. 그리 깊지는 않지만 꽤 길게 베인 손바닥에선 붉은 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딱히 좋지만은 않은 역한 피비린내가 마토바와 나토리의 코끝에 스며들었다. 아까 베인 건가. 마토바는 한 일을 집중할 땐 다른 잡생각은 잘 안 하는 편이다. 한다 해도 그리 집중력이 떨어질 이가 아니기도 하고. 그런데 제 화살의 끝을 닦다가 다른 이를 떠올린 것도 모자라, 제 화살에 베이고도 몰랐다니. 손바닥에 맺힌 핏방울들이 뚝뚝, 마토바의 옷 위로 떨어졌다.

 

마토바는 짧게 눈썹을 들썩였다. 제 화살에 자신이 다친 꼴도 우스운데 그걸 나토리에게 보이다니. 그럴 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우습게 여길 나토리를 뒤로 하고 마토바는 태연하게 품에서 얇은 손수건 하나를 꺼냈다. 이 정도 상처쯤이야 대충 닦고 내버려 둬도 알아서 아물 상처였기에, 마토바는 제 손바닥 위에 얇은 손수건을 얹고 손바닥을 적시는 제 피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절 내려다보는 나토리에겐 살짝 베였다는 말과 함께 시선을 거두며. 그런 마토바의 시야에 들어온 건 제 머리 위에 있을 조명을 가린 그림자와 두 손이었다.

 

“괜찮으신가요? 깊게는 안 베였는데 좀 크게 베여서 피가 많이 나네요.”

 

나토리의 두 손이 제 베인 손을 잡고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는다. 매번 닿는 것이 사람의 손이지 않나. 마토바는 일부러 신경이라도 쓰는 것인지 힘을 빼고 제 손을 잡은 채 피를 닦아내는 나토리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나토리의 손과 맞닿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물론 다시 자연스레 힘을 빼내며 아무렇지 않게 나토리에게서 시선을 거뒀지만. 나토리는 의식적으로 힘을 뺀 손으로 마토바의 피를 닦아냈다. 제 손에 들린 마토바의 손수건에서 그의 체취가 점점 사라지고 그의 피 냄새로 가득 찰 때까지 계속. 어느새 피를 다 닦아낸 나토리의 눈이 뭔갈 찾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굴러갔다.

 

“뭘 찾나요?”

“바를 약과 붕대요.”

“붕대까지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덧날 텐데요.”

“이 정도쯤이야.”

“그 정도쯤이야 상처 덧나기 아주 좋죠.”

 

상처가 덧나면 회복되는 것도 오래 걸리고, 그러면 또 손 쓰는 것이 불편하겠죠. 마토바의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기어코 서랍장에서 약과 붕대를 정말 찾아낸 나토리는 다시 마토바 앞에 앉았다. 약의 뚜껑을 열어 살짝 검지에 묻힌 다음, 그것을 마토바의 상처에 문질렀다. 그리곤 다시 약 뚜껑을 닫곤 붕대를 쭉 펼쳐 그것을 익숙하게 마토바의 손목부터 손바닥까지 두르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버벅거림 하나 없이 능숙했다. 단단하게 조여오는 붕대가 어느새 상처를 덮고 매듭까지 완벽하게 묶이자, 마토바는 붕대에 감긴 제 손바닥과 손목을 훑어봤다. 꽤 많이 해본 솜씨 같네.

 

“요괴한테 많이 다쳐봤나요? 붕대 감는 게 능숙하네요.”

 

말에 조금의 장난이 뒤섞였다. 나토리는 남은 붕대와 약을 탁자 위에 올려두며 그의 물음에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그저 말로 하는 확실한 대답 대신 어물쩍하게 넘기는 듯한 대답. 마토바는 딱히 별 기대는 안 했다는 듯 고개나 대충 끄덕였다. 애초에 서로가 이제껏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 대답해줄 정도의 깊은 관계를 맺었나. 저 또한 그런 이였기에, 무엇보다 그것이 더 익숙하기에, 마토바는 벽에 등을 기대며 제 앞에 앉아 자신의 붕대 감은 손을 바라보는 나토리를 바라봤다. 저보다 옅은 적색 눈동자가 턱과 함께 위로 올라가더니 절 바라봤다.

 

“어머니가 어릴 적 몇 번 감아준 적이 있어서요. 요괴한테는 딱히?”

 

제 손을 잡고 붕대가 잘 감겼는지 확인하는 듯했던 손이 어느새 제 손목을 가볍게 쥐었다. 나토리는 마토바의 손을 제 입술이 닿기 직전까지 끌어당겨, 마토바를 바라보며 물었다. 붕대 사이로 풍겨오는 그의 비릿한 피 냄새를 들이키며.

 

“손이 이래서 못하겠나요?”

 

못하겠다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뻔한 거짓말을 살짝 말아 올린 입꼬리와 함께 쉬이 내뱉었다. 숨결이 붕대 겉에 닿았다 흩어졌다. 마토바는 제 손바닥에 당장이라도 닿을 듯한 나토리의 입술과 코를 흘끗 쳐다보다, 제 멀쩡한 다른 손으로 허리에 묶여있던 검은 기모노의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 어떤 말로 하는 대답보다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다. 나토리는 느슨하게 풀린 그의 허리끈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닿을 것만 같던 그의 손바닥에 제 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 손바닥에 닿은 입술이 간지러우면서도 짓눌린 상처에, 살짝 따가운 감도 없지 않게 들었다.

 

새하얀 붕대에 점점 붉은 것이 퍼져나갔다. 그의 손바닥에 묻은 제 코끝엔 짙은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피비린내가 제 코끝에서부터 목구멍까지 흘러내리더니 제 빈속까지 다 채워버리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 뒤틀린 감정이 제 몸 여기저기로 퍼지더니 마토바의 피비린내와 함께 난잡하게 얽혔다. 그에게 말한다면 경멸의 시선을 받아도 말 못 할, 그런 뒤틀린 감정이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나. 나토리는 천천히, 마토바의 손바닥에 깊게 묻었던 입술을 떼어냈다.

 

마토바는 제 손바닥에 뜨거운 숨결이나 토해내며 입을 맞추던 나토리를 바라봤다. 그의 숨결이 제 벌어진 상처에 닿을 때마다 온몸에 오소소한 소름이 돋았다. 제 손보다 조금 더 큰 손이 제 골반을 찍어누르듯 꾹 짓눌렀다. 느슨하게 풀어진 끈은 어느새 바닥에 나뒹굴었고, 얇은 검은 기모노는 양옆으로 벌어졌다. 차가운 바람이 벌어진 천 사이로 들어와, 살에 스칠 때마다 어깨가 잘게 떨렸다. 부드러운 입술이 새하얀 피부에 닿았다. 익숙한 듯, 귓불에서부터 턱선, 목, 쇄골까지 천천히, 마치 몸 이곳저곳 새겨진 붉은 자국들 사이에서 제 흔적을 남겨내려는 듯 입을 맞췄다.

 

마토바의 몸엔 가끔 붉은 자국들이 새겨져 있다. 자연스레 생기는 반점과도 같은 것이 아닌, 누군가가 입술로 깊게 새긴 표식. 나토리는 이젠 그것마저 익숙한 듯, 그저 그의 몸 곳곳을 탐하기 위해 입술을 지분거리길 반복했다. 정확히는 익숙한 척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들썩거리는 눈썹을 힘으로 억누른다. 저절로 일그러지려는 표정까지. 제 시야에 닿는 붉은 자국들이 자신과 마토바의 관계가 지금과도 같은 관계라는 걸 제게 주입하듯 새겨준다.

 

나토리의 입술과 손끝엔 계속 붉은 자국들이 닿았다. 마치 이 몸이 제 것이라고 영역표시라도 한 것 같은 역겨운 자국에, 나토리는 그 위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역겨운 자국 위에 더 짙게, 역겨운 자신을 남긴다. 제 감정 하나하나 억누르며 무의미한 관계성에 역겨운 표식이나 남기며 위안 삼는 관계. 그것이 마토바와 자신의 관계였다.

 

“읏…….”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까보단 조금 벅찬 호흡이 흘러나왔다. 마토바는 제 쇄골에 입을 맞추더니, 그대로 깊게 이를 박아넣는 나토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연한 살에 박히는 송곳니가 제 살을 뚫어 뼈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저절로 치켜 올라가는 제 턱 끝과 함께 마토바는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제 몸을 거칠게 탐하는 입술과 아랫배와 골반을 꾹 눌러대는 그의 오른손, 그것들과는 안 어울리게도 안정적으로 제 허리를 잡아주는 그의 왼손까지. 마토바는 점점 절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나토리의 몸에, 저절로 숨을 깊게 들이켰다.

 

온몸이 오싹거리는 감각으로 뒤덮였다. 참 변태 같게도 어서 절 뒤덮은 이 감각과 함께 그가 절 집어삼키길 바라게 된다. 마토바의 허리는 상상만으로도 저절로 꼿꼿해졌다. 나토리는 그런 마토바의 몸에 자신의 몸을 더 밀착시켜 그가 다른 쪽으로 몸을 못 비틀게 벽에 완전히 붙여버렸다. 제 품 안에 갇힌 그에게서 어느새 옅어진 피비린내와 무거운 체취가 뒤섞여 났다. 나토리는 마토바의 붕대 감긴 손목을 가볍게 쥐고, 그대로 그의 등처럼 벽에 완전히 붙여버렸다. 그의 머리와 똑같은 높이에. 가볍게 쥐었던 손목에 점점 힘이 들어갔고 이내 남은 다른 손목까지 쥐고 벽에 밀어붙였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입술을 적셨다. 그를 여기저기 탐하느라 촉촉해진 나토리의 입술이 부드럽게 입꼬릴 올린 채 벌어졌다. 그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과 표정을 한껏 나른하게 지어대며.

 

“잘못 건드렸다가 상처가 벌어지면 안 되니, 잠시 이렇게 잡아둘게요.”

“허어……. 슈이치씨, 꽤 뻔뻔하시네요.”

“뭐가 뻔뻔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을까. 제게 짓누르듯 다가온 입술로 이미 상처는 벌어져 피가 제 붕대를 적신 것이 한참 전인데. 마토바는 제 눈썹을 가볍게 들썩이다, 제게 느긋하게 웃어오는 그의 미소에, 가볍게 입꼬릴 따라 올렸다. 뻔뻔한 거짓말에 속아주며 제 입술을 내어준다. 맞닿은 두 입술은 익숙하게 벌어졌고, 그 틈으로 나토리의 젖은 혀가 마토바에게 파고든다. 깊이, 더 깊이. 치열을 가볍게 훑은 혀가 느긋하게 제 혀를 기다리는 부드러운 혀를 눌러내고 연한 살들을 밀어내듯 훑는다. 진득하게 얽힌 타액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다. 뚝뚝 끊기는 호흡과 질척한 혓소리가 온몸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입었다고 칭할 수 있었던 마토바의 기모노가 미끄러지듯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새하얀 어깨가 드러나자, 나토리의 시선은 저절로 그의 눈에서 어깨로 내려갔다. 아무도 안 밟은 새하얀 눈밭과도 같은 어깨에 제 이를 박아넣고 절 새기고 싶다. 나토리는 점점 흐릿해지는 이성을 꾹 눌러대며 제 혀를 휘감는 마토바의 혀를 아프지 않게 이로 긁어냈다. 뚝뚝 끊기는 호흡과 함께 흐트러진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 으응…….”

 

야하다는 말로 이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토리는 마토바의 흐트러진 신음마저 놓칠 수 없다는 듯 집어삼켰다. 마토바의 손목을 쥔 나토리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를 취할수록 그를 제게서 못 벗어나게 묶어두고 싶은 감정이 자꾸만 이성을 밀쳐낸다.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이 몸을 취할 수 없길 바라고, 제게서 못 벗어나길 바라고, 그가 저만을 바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나토리는 천천히, 제 이상을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을 뜨거운 숨결과 함께 토해냈다. 흥분에 찬 짐승과도 같은 제 숨결에, 나토리는 저보다 더 가쁜 호흡을 토해내는 마토바의 눈을 바라봤다.

 

저보다 훨씬 짙은 붉은 눈동자가 마치 그의 손바닥을 적신 피와 같은 색이었다. 새삼 한쪽 눈을 붕대로 가린 것이 아쉬웠다. 제 눈에 그의 두 눈을 모두 담고 싶은 욕망이 들어찼다. 한순간에 치밀어 오른 욕망과 제 감정이 어느새 제 이성을 밟고 올라섰다. 나토리는 자신이 그나마 잘하는 것을 떠올렸다. 감정을 최대한 눌러내 이성을 끄집어 올려내는 것. 나토리는 마토바의 손목을 쥐었던 한 손을 풀어, 마토바의 허리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곤 천천히 그의 허리를 받쳐줬다. 제 혀가 파고들 때마다 들썩거리는 그의 허리부터 잡아줘야 자신의 이성부터 잡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토바는 조금 얼얼한 자신의 한쪽 손목에 닿는 차가운 공기가 낯설었다. 제 손목을 꽉 쥐었던 나토리의 손 때문이었다. 마토바는 제게 거칠게 파고들던 그의 몸짓과 혀가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절 집어삼킬 것만 같던 입술이 제게서 느릿하게 떨어졌다 맞닿길 반복했고, 제 손목이 부서져라 쥐던 손은 어느새 힘이 한껏 빠져있었다. 저절로 제 눈을 바라보는 그의 눈도 한껏 나른해졌다. 마토바는 그런 나토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은 아쉬운 듯 제 눈썹을 축 내렸다.

 

이성 잃은 짐승처럼 제게 달려드는 그의 모습이 꽤 볼만했었다. 좀처럼 이성을 놓지 않는 나토리라 아쉬운 마음이 좀 더 큰 거겠지. 평소라면 고작 이 정도 키스 가지고 달려들 그가 아니었다. 평소와 다른 거라면 아무래도……. 마토바는 가볍게 제 붉게 물든 붕대를 흘끗 훑어봤다. 딱히 별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었다. 마토바는 제 붉게 물든 붕대를 흘끗 바라만 보다, 제 손가락으로 상처를 꾹 눌러댔다. 저절로 벌어진 상처에선 겨우 멈췄던 피가 다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토리의 시선은 절 바라보며 한쪽 입꼬릴 살짝 올려 웃는 마토바에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상처를 벌려내는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의 뜻 정도는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손바닥의 붕대가 완전히 붉게 물들고, 그 아래의 손목을 감싼 붕대까지 서서히 붉게 물들어졌다. 비릿한 피 냄새가 다시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고, 기껏 감정을 눌러 담은 나토리의 코끝엔 피비린내가 스며들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멈칫하는 게 제 자신에게까지 느껴졌다. 제 짙은 눈썹이 짧게 들썩였다. 살짝 찡그려졌던 미간은 애써 풀어내느라 애를 먹었고, 그걸 겉으로 표현하지 않기 위해 나토리는 천천히 숨을 골라냈다.

 

마토바의 입술을 머금던 입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으로 젖은 그의 아랫입술을 물고, 제 이로 지그시 짓눌렀다. 제 코에 닿는 뜨거운 숨결이 간지러웠다. 나토리는 마토바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천천히 떼어냈고, 그의 붕대 감은 손목을 쥐던 손까지 풀었다. 그에게 밀착했던 몸도 떼어냈다. 그저 피로 적셔진 그의 손을 끌어당겨, 제 입술을 맞댈 뿐. 비릿한 피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나토리는 그의 손목에 입술을 맞대고 숨을 들이켰다. 그가 원하는 대로 기꺼이 움직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며.

 

하지만 고민할 건 사실 없었다. 제겐 선택권은 없기에, 나토리는 살짝 숙인 상체에 제 고갤 들어 마토바를 살짝 올려다보았다. 마토바의 손목에 그의 피에 적셔진 제 입술을 지분거리며.

 

“손이 이래서야. 아프다고 하시면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

 

여전히 쉬이 내뱉는 거짓말이었다. 나토리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눈썹은 한껏 내려간 채 웃음기를 머금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마토바는 절 올려보는 그를 내려다보며, 제 다른 한 손으로 제 한쪽 눈을 감은 붕대를 느슨하게 풀며 입꼬릴 한껏 올려 웃었다. 나토리에게 선택권이 없었듯, 마토바에게도 선택권이 없었다. 그저 한껏 말아 올린 입꼬리와 함께 그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시선을 그에게 내어주길 계속할 뿐. 마토바는 긴 호흡이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거짓말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긴 호흡이 대답의 끝과 함께 먹혔다. 비린 제 피 맛이 입술에서부터 제 혀를 타고 넘어가 제 목구멍까지 들어찼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저릿한 감각도 함께 들어찼다. 마토바는 제게 달려들면서도 한순간도 절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제게서 눈을 떼지 않는 나토리를 제 눈에 기꺼이 담아냈다.

 

오히려 절 놓치지 않고 모두 집어 삼켜주길 바라며, 저와 비슷한 붉은 눈에 절 담아냈다. 더는 빠져나올 수 없도록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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