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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타입 샘플 (고정플롯 타입)/키스

2차 / 원펀맨 / 사이제노(BL) / 감각_21.01.06

by 샤_ 2021. 1. 8.

 

 

 

 

 

제게 남은 옅은 취기를 빌미로 제 자신을 합리화했다. 얼마 있지도 않는 옅은 취기에 기대, 이것도 취한 것이라고 자신마저 속여 들며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발악을 해댔다. 제노스는 천천히 제 입술에 맞닿은 사이타마의 입술 사이에 제 혀를 밀어 넣었다. 힘없이 벌어지는 사이타마의 입술에, 자연스레 제노스의 타액이 스며들었다. 제노스의 혀는 사이타마에게 얕게 파고든 그 상태로 몇 초간 가만히 있었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키스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저 어색한 제 혀로 사이타마의 유일한 연한 살을 간질이듯 훑을 뿐.

 

뻣뻣하게 굳은 몸이 사이타마를 어정쩡하게 끌어안았고, 한쪽 손으로 그의 뺨을 매만지는 제 손에 이질감이 들었다. 어쩜 이리 어색한 사이보그가 있을까. 사이타마는 제 뺨에 닿은 제노스의 차가운 손을 흘끗 쳐다봤다. 취기가 뜨거워진 뺨을 단숨에 식혀주는 차가운 사이보그의 손에, 사이타마는 제게 어색하게 혀나 굴려대는 제노스의 눈을 바라봤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었는지 눈을 감고 제 입 안에서 혀만 열심히 굴려대는 그의 모습이 참 웃겼다. 절 끌어안은 몸은 뻣뻣해서 한 번 툭 치면 그대로 옆으로 나뒹굴 것만 같았다.

 

제게 당당히 다가오던 그 기세는 어디 갔을까. 사이타마는 자신이 취했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몇 분을 고민하더니 제게 뻣뻣한 몸으로 다가오던 제노스를 떠올렸다. 제 머릿속에 들어찬 제노스의 생각에, 사이타마는 한쪽 눈썹을 살짝 들썩이다 제 뺨 위에 어색하게 얹어진 제노스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온기라곤 하나 없는 차가운 손을 끌어당겨 제 어깨 위에 올려두고 어색하게 바닥을 짚은 다른 한 손도 제 어깨 위에 올렸다. 그리곤 천천히 제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제노스의 몸이 자연스레 제 허벅지 위에 올라타게끔. 어색한 호흡만 내뱉던 제노스는 그제야 눈을 뜨고 절 바라봤다. 노란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한껏 흘러넘쳤다.

 

평소의 주량보다 좀 더 과하게 들이킨 사이타마의 온도가 꽤 높게 측정됐나 보다. 괴인에게 습격을 받고 박사님께 임시용으로 받은 부품이 아무래도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그가 완전히 취했을 거라 생각하고 기껏 품에 안은 것인데 잘못 계산된 거였다니. 당장이라도 머리라도 박으며 사죄라도 해야 한다. 제노스는 곧장 사이타마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절 끌어안은 힘이 한 치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았기에, 그저 가만히 당황스러움이 흘러넘치는 제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을 계속했다. 평소의 제노스라면 당장이라도 제게 맞닿은 그의 입술에서 단숨에 떨어지고 입이 닳도록 사죄를 했겠지. 하지만 제노스는 몸도 제 입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절 바라보는 눈이 그러라고 명령하는 듯한 눈빛이니. 자연스레 절 올려다보는 눈이 제게 말한다.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제노스는 절 올려다보는 그 눈에, 그저 느릿한 숨만을 내뱉으며 그가 직접 얹어준 그의 어깨를 꽉 쥐었다. 나른한 눈빛의 사내가 제 아랫입술을 머금었다. 아프지 않게 이로 짓누르는가 싶더니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한껏 젖은 혀를 들이민다. 제노스가 했던 미숙한 놀림과는 달랐다. 부드럽게 제 치열을 훑은 혀는 제 연한 살들을 간질이듯 밀어냈고, 그대로 제게 깊게 파고들어 그의 타액으로 적셔진 제 혀를 휘감는다.

 

밀려오는 혀가 제 혀끝까지 치고 들어와, 한껏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짧은 탄성과 토악감이 들었다. 토해낼 것도 없는 사이보그가 느끼는 토악감에, 제 어딘가에서부터 손끝까지 저릿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온몸이 잘게 떨렸다. 부드럽게 쓸어내리듯 잡던 그의 어깨 위, 제 손끝엔 저절로 힘이 가해졌고 허리는 저절로 꼿꼿하게 펴졌다. 살짝 들린 턱에, 누구의 타액인지 이젠 알 수 없는 것이 제 목구멍 너머로 흘려들어 갔다. 질척한 목 넘김 소리와 뜨거운 숨결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뚝뚝 끊기는 제 호흡과 함께 짧은 탄성이 사이타마의 입술과 맞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새어나가듯 내뱉어졌다.

 

“하, 아……!”

“숨 쉬어, 제노스.”

 

제게 밀려오는 거친 것과는 달리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나른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음성에, 제노스는 뚝뚝 끊기는 호흡을 애써 진정시켰다. 느릿한 손바닥에 제 등을 쓸어내렸다. 차가운 사이보그의 등을 쓸어내리는 따스한 손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이보그에게 적용됐다. 그 이질적인 손짓이 오소소한 소름을 불러일으키더니 제 몸을 감쌌던 저릿한 감각이 점점 제 아랫배로 몰려들었다. 감각 센서가 오작동이 난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가 있는 건가? 제노스는 제게 숨 쉬라는 말을 낮게 흘려보내 주는 사이타마의 허벅지 위에서 간신히 들썩이는 제 몸을 고정했다.

 

바닥에 닿은 제 무릎에 온 힘을 다했다. 그저 어디선가 들어만 보던 키스를 처음 해보는 사이보그에겐 남은 힘이 얼마 없었다. 그 어떤 때라도 짧은 전력이라도 다할 힘 정도는 남아있던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 남은 건 사이타마의 품에 온전히 안기지 않도록 허리를 꼿꼿하게 세울 힘과 그의 허벅지 위에 주저앉지 않게 할 힘 정도뿐이었다. 제노스는 점점 풀려가는 눈에 힘을 주려다, 결국 그마저도 힘을 풀어내며 제게 파고드는 그의 이름만을 수없이 중얼거렸다.

 

“……선생님, 사이타마 선생님…….”

“……어. 제노스.”

 

제 부름에 평소처럼 짧게 대답해주는 사이타마였다. 하지만 그의 호흡도 점점 갈라지기 시작했다. 제 품에 안겨 온몸을 잘게 떨어대는 사이보그를 보니 저절로 호흡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이타마는 순간적으로 있는 힘껏 그를 끌어안으려다, 제 이성을 잡아내며 속으로 제노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제노스가 사이타마에게 온전히 기대지 않기 위해 제 이름을 중얼거렸던 것처럼, 사이타마도 그를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제 이성을 잡아내기 위해 속으로 그의 이름을 수없이 중얼거렸다. 제노스, 제노스, 제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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