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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타입 샘플 (고정플롯 타입)/키스

2차 / 집이 없어 / 드림 / 의식_20.12.16

by 샤_ 2021. 1. 8.

 

 

 

 

은영의 눈썹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거침없이 뻗었던 두 손은 가야 할 곳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딱딱한 책장이나 짚고 있고,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해 살짝 숙였던 상체는 어째 그 상태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만 있었다. 민재는 당장이라도 제 옷 속에 손을 넣고 휘저을 것처럼 행동하던 은영이 뻣뻣하게 굳어서 입술과 혀만 움직이는 모습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선조차 이리저리 굴러가듯 넘어가던 은영은 자신을 향해 입꼬릴 슬쩍 올려 웃는 민재를 봐버렸고, 그 모습에 은영은 도로 시선을 딱딱한 책장으로 넘겨버렸다.

 

젠장, 젠장, 젠장. 은영은 속으로 온갖 욕을 되새김질하며 민재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민재는 제 입술을 잘근 깨무는 은영을 보며 그를 따라 은영의 윗입술을 머금었다. 어서 뭐라도 해보라는 듯 대놓고 입술 사이를 벌린 민재를 본 은영은 순간적으로 멈칫한 자신을 뒤로하고 곧바로 더 깊게 민재에게 달라붙었다. 민재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던 은영의 혀는 천천히 그의 혀를 간질이듯 훑었다. 민재의 입술 사이론 짧은 탄성과 숨결이 흘러나왔지만 은영은 여전히 뻣뻣한 자신의 몸처럼 긴장했는지 숨조차 제대로 토해내질 못했다.

 

그런 자신이 답답했고, 이러는 이유도 은영은 이미 알아차린 지 오래였다. 애초에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는 게 더 웃기겠지만. 은영에겐 민재와의 키스가 첫 키스는 아니었다. 적어도 몇 번의 키스는 해봤기에, 제 나름대로 능숙한 편이라도 생각해왔었다. 물론 능숙한 건 맞았다.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어딜 깊게 파고들어야 상대가 좋아하는지 등등.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은영은 겨우 그 두 개조차 민재에게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민재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론 그의 목덜미라도 잡아 끌어당기고 싶었다. 더 깊게 파고들고 싶었고 숨도 편히 토해내며 몸을 밀착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은영의 몸은 말이라는 걸 듣지 않았다. 마치 어릴 적 너무 작고 소중해서 건드리지도 못했던 새끼고양이처럼, 은영은 민재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저 자신이 창피한 은영은 보란 듯이 자신에게 더 깊게 파고드는 민재를 볼수록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은영에게 보란 듯이 깊게 파고들던 민재는 그런 은영의 생각이 뻔히 보였다. 애초에 이렇게 뻣뻣한 자세로 키스를 하는 상대를 보면 당연히 이유는 뻔히 보이기 마련이니. 민재는 한껏 올라가려던 입꼬릴 꾹 누르며, 천천히 은영의 몸에 제 몸을 더 밀착시켰다.

 

은영은 점점 제게 닿는 민재의 몸에 뭔가 제 아랫배로 피가 몰리는 듯, 저릿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통증이라기엔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저릿한 감각이 제 아랫배를 감싸 돌자, 은영은 순간적으로 조금씩 머금어왔던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민재는 그런 은영의 숨을 먹어 치우듯 머금었다. 한껏 머금은 입술이 은영의 숨결까지 들이켰고 은영은 그 틈 사이로 숨을 토해내며 제 혀로 민재의 치열을 훑었다. 아랫배의 저릿함은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점점 더 심해지지도 않았다.

 

처음엔 아랫배만 저릿한 줄 알았는데. 은영은 어째 저릿한 제 아랫배보다 제게 더 파고드는 민재에게 더 신경이 쏠렸다. 자신이 첫 키스가 아니듯 민재도 이 키스가 첫 키스가 아니겠지. 당연히 그 정도는 알고 있던 은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제 아랫배의 저릿함보다 더 신경 쓰였다. 애초에 이 부분에 신경이나 쓰는 자신이 더 짜증이 난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본인이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은영은 이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고 그걸 인정하기엔 지금 이 상황조차 쪽팔리고 짜증 나는 상황이니까.

 

민재는 아까와 같이 뻣뻣한 자세로 더 파고드는 자신을 간신히 받아내는 은영을 올려다봤다. 뭔갈 생각하는 듯 살짝 찌푸려진 미간에, 민재는 잠시 생각하는 듯 은영의 입술에 제 입술만 지분거렸다. 그러다 은영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던 한 손을 쓸어올리듯 올려, 그의 뺨을 감쌌다. 은영은 갑자기 자신의 뺨을 감싸는 민재의 손끝에 움찔했다. 차가운 손끝이 제 뺨을 감싸고서야 은영은 미간을 풀었고, 민재는 이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입꼬릴 올리며 다시 은영의 입술 틈을 제 혀로 파고들었다.

 

은영은 그런 민재의 행동이 어이없으면서도, 또 이런 것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자신이 웃기기만 했다. 다시 한번 더 민재의 허리를 향해 뻗은 손은 민재의 허리는커녕 그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은영은 다시 딱딱한 책장이나 짚으며 제 아랫입술을 송곳니로 꾹 눌러대는 민재를 내려다봤다. ...얼굴은 안 보는게 더 낫겠어. 은영은 닿지도 못할 민재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게 더 못 참겠는지 제 입술을 이로 꾹 눌러대는 민재에게서 떼어냈다. 그리곤 입술부터 턱선, 귓불까지.

 

은영의 입술은 민재의 귓바퀴부터 귓불까지, 누구의 것인지도 이젠 모를 타액으로 젖은 제 입술로 그것을 한껏 머금었다. 은영의 혀가 제 차가운 피어싱을 건들 때마다 민재는 저절로 몸을 들썩였고 은영은 제 품에서 조금씩 움찔거리는 민재가 느껴질 때마다 더 미칠 노릇이었다. 차가운 피어싱들이 은영의 혀를 자극하자, 은영은 짧게 숨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짚었던 책장의 끝을 더 꽉 쥐었다. 민재는 제 귓가를 간질이는 은영의 숨결과 제 시야 너머로 보이는 책장을 짚은 손에 힘을 꽉 주는 은영의 행동까지. 민재는 저절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누르며 제 목에 입술을 깊게 묻은 은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천천히 끌어올린 은영의 얼굴은, 제 눈을 최대한 피하며 흘끗 자신을 조금씩 훑어볼 뿐이었다. 민재는 그런 은영의 행동에 결국 꾹 눌러둔 웃음을 입술 사이로 흘려보내며 입꼬릴 한껏 올려 웃었다. 은영은 최대한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민재의 눈을 피하며 속으로 창피한 마음에 제게 욕이나 내뱉길 반복했다. 그런 은영을 지켜보던 민재는 은영의 눈을 제 얼굴로 고정하곤,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은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장이라도 후크 먼저 풀어헤칠 것처럼 행동하더니, 의외로 손은 안 대네?”

 

두 사람은 무엇이 자신의 숨결인지조차 알 수 없는 엉키고 엮인 이 분위기에, 그저 서로의 눈을 각자의 눈으로 담아냈다. 고요하지만은 않은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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