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29 1차 / 환청, 연주, 광기 / *트리거 요소, 고어 요소 포함됨 / 연주_20.12.04 왜 내 손에서 비린내가 나는 걸까. 나는 내 붉게 물들어진 두 손을 바라봤다. 딱히 당장 드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그저 좀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피비린내 나는 제 손이 역겨워 토악질해대며 새하얀 벽지에 제 손을 문질러 댔다. 왜 내 손에 이런 게 묻혀 있는 거지? 나는 하얀 벽지가 붉게 물들어 문지를수록 벽지가 밀려날 때까지 문질러 대고서야 벽지에서 손을 뗐다. 아무리 벽지에 손을 닦아도 손엔 선홍빛의 것이 선명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손을 계속 바라보던 나는 시선을 더 아래로 두어 제 치마를 보았다. 치마 끝자락에도 아까 제 손에서 봤던 것과 같은 것이 묻어있었다. 나는 또다시 밀려오는 역겨움에, 이번엔 토악질을 참으며 그 자리에서 제 치마를 벗었다. 치마를 벗으니 이번엔 .. 2021. 1. 8. 1차 / 독백 / 환영_20.12.02 폐허가 된 고향에서 널 찾는 건 내 계획 속에 있지 않았다. 생사도 모르는, 어쩌면 내가 지금 찾는 것이 너의 시체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것 또한 내 빼곡한 수첩 속에 적어놓지도 않았다. 나는 시체를 덮은 시체들 속에서 너와 닮은 시체들을 골라냈고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손을 뻗어 너의 흔적을 찾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널 찾기 시작한 지 오늘로 27일째다. 나는 너덜너덜해진 박스와 신문지로 만든 잠자리를 치우고, 너의 집에서 겨우 찾아낸 너의 하늘색 가디건을 걸쳤다. 얼마 남지도 않은 생수통의 생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올려묶고, 허공을 바라보며 손톱이나 뜯어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쳤다. 하룻밤을 보낸 지하철역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나오니 옛 .. 2021. 1. 8. 1차 / HL / 청혼_20.11.25 비스무트는 다녀왔다는 말과 함께 현관문을 평소처럼 열었다. 그러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은 후에서야, 평소와 달리 집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안 느껴진다는 걸 알아차렸다. 비스무트는 그제야 리스타의 이름을 불렀다. 서류가 담긴 가방을 소파 위에 두고 비스무트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봤다. 계속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리스타에 비스무트는 화장실이나 리스타라면 들어갈 법한 작은 공간들까지 둘러보며 오늘 아침을 회상해봤다. 평소처럼 일어나 리스타는 꽃에 물을 주고 집 안의 창문을 열고, 같이 아침으로 가볍게 샌드위치나 먹으며 얘기를 했고. 딱히 그가 오늘 어딜 간다는 얘기를 듣지 못한 건 확실했다. 비스무트는 어디에도 안 보이는 리스타에게 잠시 나갈 일이라도 생겼을 수도 있지,.. 2021. 1. 8. 1차 / 독백 / 공중전화_20.11.14 나는 이젠 몇 없는 낡은 공중전화 박스 안에 들어갔다. 하늘색의 공중전화 박스 안에는 쇳내가 진동하는 회색 공중전화기가 하나 있다. 나는 한 번 잡기만 해도 쇳내가 손에 배일 것만 같은 수화기를 잡았다. 아무도 사용 안했는지, 아님 날씨가 추워서인지. 나는 차가운 수화기를 귀에 대고 천천히 기억 속에서 간신히 생각해낸 번호를 차례대로 눌렀다. 딸깍거리는 버튼 소리가 열한 번 울리자, 수화기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이어가던 벨소리가 뚝 끊기는 소리와 함께 그보다 더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여보세요?” 나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 내리찍듯 들려오자, 온몸에 힘이 풀려 나른해지는 몸을 천천히 차가운 유리 벽에 기댔다.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나는 수화기.. 2021. 1. 8. 2차 / 원펀맨 / 사이제노(BL) / 빼빼로_20.11.14 빼빼로데이라 팬들에게 빼빼로만 몇 박스 받아버린 제노스 보고 싶다. 집 안에 쌓여버린 빼빼로는 자리 차지만 될 뿐이었기에, 제노스와 사이타마는 틈만 나면 해치워버리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씩 먹어버리겠지. 게임기 빌려주러 오거나 돌려받으러 온 킹에게도 몇 개 주려고 했지만 아마 킹은 제노스보다 받은 빼빼로가 많아서 오히려 이쪽이 더 곤란하다며 거절하겠지. 가끔 마주치는 후부키에게도 권하지만 후부키도 이미 받을 만큼 받아 거절해버리니 다른 히어로들에게는 물어볼 것도 없을 거야. 결국 둘은 그 많은 빼빼로를 둘이서 해치우겠지. 그렇게 빼빼로가 한 박스 정도 남았을 무렵, 제노스와 사이타마는 식사 후 평소처럼 입에 빼빼로를 물고 각자 할 일 하고 있을 거야. 사이타마는 킹에게서 받은 새 게임기를 사용하고 있었.. 2021. 1. 8. 1차 / 독백 / 순간_20.11.14 이성이 감정보다 중요하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무엇보다 가문이 걸린 일이라면 이성과 감정의 갈래에서 선택이라 할 것 없이 당연히 이성을 택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환은 태윤의 침소 아래에 숨겨진 서신을 쥔 채 한참을 숨만 들이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이 서신을 다시 침소 아래에 넣느냐, 아님 제 품에 넣고 방으로 돌아가느냐. 아무도 없는 방 안은 적막으로 가득했고 그 적막 속을 가르는 제 숨소리만이 환의 귓가를 내리찍었다. 환은 전달받은 지 얼마 안 된 듯한 태윤의 서신에서 애써 시선을 거두며 제 아랫입술만을 이로 꾹 눌러댔다. 처음부터 다 거짓이었구나. 검 하나 다루지 못하는 내게 다가와 알려준다며 내민 그 손도 거짓이었고, 겨우 사냥 한 번 성공한 것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 2021. 1. 8. 1차 / 키워드 - 전쟁 / 헛된 희망 / 시작 / 독백 / 헛된 희망_20.11.12 초 단위로 들려오는 발포음과 총성에 귀는 이명에 뒤덮인 지 오래였다. 흙과 쇳가루로 한쪽 눈의 시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졌고, 코로 숨을 들이켤 때마다 피비린내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만큼 그는 피를 뒤집어썼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후각이 마비될 정도로 피를 뒤집어쓴 것이었다. 전쟁이 지속된 지 1년이 넘었다. 1년간 우리가 얻은 것은 줄어드는 인력과 죽은 이에게 감정을 덜 쏟아부을 수 있는 이성뿐이었다. 이성이라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말이다. 그의 옆자리는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늘 바뀌기 일쑤였다. 처음엔 두고 온 동생의 사진을 품에 넣고 다니던 어린 병사였고, 그다음엔 2살 아이와 남편을 두고 온 병사, 또 그다음엔 이미 가족을 모두 잃어 매일 밤 가족들의 유품을 끌어안고 자던 병사까지. 지.. 2021. 1. 8. 1차 / 독백 / 꿈_20.11.05 엄마와 둘이서 밥 먹는 꿈을 꿨다. 잠에 막 깬 효연은 평소보다 더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목을 돌렸다. 얼마나 잤지. 간신히 뜬 눈으로 바라본 시계는 어느새 오후 2시를 가리켰다. 분명 어제 아침에 자서 지금 깬 거니까, 24시간도 넘게 잤네. 생각보다 더 오래 자버린 효연의 몸은 오래 잔 것에 비해 오히려 평소보다 더 뻐근하고 갑갑한 느낌까지 들었다. 효연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를 10분, 머리맡에 둔 핸드폰으로 의미 없는 손가락 운동 20분. 그는 30분 동안 딴짓을 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효연은 대충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곧장 화장실의 세면대에서 세수했다. 그리곤 바닥에 언제 떨궜는지 기억 안 나는 수건을 주워 얼굴을 닦은 후, 자연스레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 .. 2021. 1. 8. 2차 / 가담항설 / 갑희명영(GL) / 펜싱_20.11.03 *** 중세 배경으로 펜싱 하는 갑희랑 명영이 보고 싶다. 어린 나이에 공작 직위를 물려받은 갑희와 그런 갑희 가문을 대대로 호위해온 기사 명영으로. 두 가문이 워낙 오래전부터 유지된 가문이다 보니 갑희와 명영 또한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의외로 어릴 때부터 상대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들이댄 건 갑희였으면. 당연히 어렸던 명영도 처음 갑희를 봤을 때부터 친해지고 싶다 이런 생각은 했었겠지만, 갑희는 단순히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단 저 아이를 온전한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겠지. 가문을 이어받아 호위하는 놈 중엔 눈에 띌 만큼 특출난 놈은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런 부분 정도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던 갑희는 어느 날 창문 너머로 명영이 검술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2021. 1. 8. 2차 / 가담항설 / 신룡갑희(HL) / 할로윈_20.10.31 *** 아직도 저 좋아하시나요? 아직 뜯지 않은 딸기우유를 흔들며 갑희는 물었다. 갑희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작은 빨대 하나를 갑희에게 쥐여주던 신룡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네, 아직도 좋아해요.” 신룡의 대답에 갑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룡이 쥐여준 빨대를 딸기우유에 꽂았다. 산 지 얼마 안 됐는지 아직도 꽤 차가웠다. 신룡은 몇 주 전부터 자신이 늘 앉는 도서관 자리에 우유나 이온 음료 같은 걸 놓기 시작했고, 딱히 그걸 갑희에게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늘 마주칠 때마다 커피 말고 차라리 우유나 음료수 마시라며 계속 말을 꺼냈다. 갑희는 그런 신룡이 이젠 익숙해졌는지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다. 애초에 싫었다며 딱 잘라서 거부했을 갑희지만. “오늘은 딸기우유 사 왔는데 어때요? 딸기우.. 2021. 1. 8. 2차 / 가담항설 / 여캐즈 / 스승의 날_20.01.28 *** 졸업 후, 모교로 선생님들께 인사드리러 가는 여캐즈 보고 싶다.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문학부 단톡방을 아직도 쓰고 있기도 하고, 대학교도 다들 가까워서 언제 뵈러 가자, 몇 시에 뭘 사고 가자 등등 빠르게 조율되겠지. 스승의 날은 다들 바쁘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도 많이 찾아와서 선생님께서 힘드실 테니, 그 전에 한 번 뵙기로 정하면 좋겠다. 적당할 때에 꽃다발 몇 개와 간단한 파이나 쿠키류 정도로만 부담스럽지 않게 챙기고. 고등학교 앞으로 모인 여캐즈는 오랜만에 보는 모교가 추억 돋고 신기하겠지. 계단이나 오르막길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힘들었다, 늘 체육 시간 끝나면 뒤쪽 수돗가에서 세수도 하고 물장난도 쳤다, 여기에 있는 화단엔 늘 벌이 자주 와서 이 근처에 있는 반 애들은 늘 고통스러워했.. 2021. 1. 8. 2차 / 원피스 / 드림(HL) / 클럽_20.01.28 *** 늘 눈에 담던 짙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솔직히 그 짙은 눈과 마주쳤을 때, 온몸이 얼어붙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이는 조명들과 머리가 울릴 정도로 큰 노랫소리들 사이에서도 그 짙은 눈만이 보일 정도였다. 시오는 아주 짧은 정적과 뭔갈 말하려다가 미간을 찌푸렸고, 그대로 뒤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잠시 벗어둔 과잠을 챙기는 것도 잊은 채, 바로 시오가 나간 문으로 쫓아가며 시오를 불렀다. 망했다. 그러니깐 왜 괜히 거짓말을 해선. 나는 1시간 전의 나를 자책하며 시오가 나갔던 문을 열고 나섰고, 시오는 바로 그 앞에 서 있었다. 시오는 내가 바로 나오자마자, 찌푸리던 미간을 풀고 아무런 표정 없이 날 바라봤다. 화났다. 저건 화난 거야. 어떡해. 나는.. 2021. 1. 8. 이전 1 2 3 다음